애견카페, 애견공원 그사이 어디쯤에… 피터팻츠

2022. 2. 9. 23:41리뷰

 

햇살이 쏟아지는 주말의 공원. 늘어진 우리들과 그 옆에서 뛰노는 강아지들. 한 편의 영화 같은 풍경이지만 실상은 그렇지 못하다. 반려견 동반 공원을 조금이라도 다녀본 견주라면 알 거다. 공원의 강아지들은 늘 목줄이나 하네스에서 자유롭지 못하다는 것을.

그래서 사람들은 이곳을 찾는가 보다. 파주에 위치한 애견카페. 마치 공원 같은 넓은 운동장을 보유한 공간. 피터팻츠다.

 

 

사실, 피터팻츠는 잘못 찾은 공간이었다. 그날은 찬 바람이 매섭게 불었고, 우리는 ‘반려견 동반이 가능한 실내 카페’를 가고자 피터팻츠를 찾았다. 그곳은 실내 조경이 아주 예쁜 모던한 카페였다. 그런데 이상하다. 

이름은 같은데, 여기가 아니다?

도착하고 나서야 알았다. 고양시 덕양구에는 넓은 운동장을 자랑하는 ‘피터팻츠’와 실내가 예쁜 애견 동반 카페 ‘앤드테라스 피터팻츠(내유점)’가 있다는 것을!

‘아, 오늘은 실내에만 있고 싶었는데…’

아쉽지만 어쩌겠나. 이미 입장료까지 내고 들어왔으니 즐기는 수밖에 도리가 없었다. 그리고 아쉬움은 30분 만에 씻은 듯 사라졌다. 첫인상은 실망이었지만, 이곳을 여기저기 둘러보며, 피터팻츠 또한 나름의 매력을 가진 공간임을 느끼게 됐다.

 

 

피터팻츠 소개 글을 보면 3,600평의 넓은 운동장이라는 문구가 자랑스럽게 쓰여 있다. 너무 큰 숫자는 쉽게 체감되지 않듯, 텍스트로만 보면 크게 와닿지 않는다. 하지만 막상 방문해 보면 어마어마한 크기라는 것을 실감하게 된다.

피터팻츠는 그들의 자랑답게 정말 거대한 반려견 운동장을 보유하고 있었다. 소형견과 중대형견 운동장으로 나뉘어 있었으며, 두 공간 모두 넓었다.

  

찬 바람을 피할 비닐 하우스도 마련되어 있었지만, 관리되고 있는 것 같지는 않았다

 

중형견을 데리고 다니는 우리 일행은 중대형견 운동장으로 먼저 향했다. 참고로 12kg까지는 소형견 운동장을, 10kg 이상은 중대형견 운동장을 이용할 수 있다. 직원에 따르면, 카운터에서 지정해 준 운동장 외에는 출입이 불가능하단다.

중대형견 운동장의 첫인상은 ‘진짜 넓다’였다. 입구에는 약간의 경사진 넓은 바닥이 펼쳐져 있는데, 이게 다가 아니었다. 운동장은 살짝 틀어져 안쪽으로 더욱 넓게 뻗어 있었다. 웬만한 애견 운동장 1.5배 크기랄까. 간만에 넓은 공간에 나와보니 탁 트인 기분이 들었다.

‘이 정도 넓이면, 조금만 뛰어다녀도 저녁 내내 곯아떨어지겠는데?’

활동량 많은 반려견을 키우는 견주들이 그러듯, 우리는 역시 흡족한 기대감(?)에 부풀어, 신나게 뛰노는 반려견을 바라봤다.

 

 

우리 일행은 중대형견 운동장을 배정받았지만, 아쉬운 마음에 소형견 공간도 둘러봤다. 반려견 없이 홀로 들어가 봤다. 그러고는 입이 떡 벌어졌다.

 

 

‘여기가 메인이구나’

소형견 운동장은 정말 어마어마하게 넓었다. 한쪽 끝에서 다른 쪽 끝이 쉽게 보이지 않을 정도의 공간이었다. 마치 반려견 공원에 온 듯한 느낌마저 들었다.

운동장 곳곳에는 마치 공원 산책을 즐기듯 강아지와 즐거운 시간을 보내는 견주들로 가득했다. 목줄 없이 공원에서 뛰어 노는 강아지들을 보는 기분…

 

  

곳곳은 견주들이 쉴 공간과 반려견이 노는 공간으로 잘 꾸며져 있었다. 적당히 심어진 나무들은 ‘공원 같다’는 기분을 더욱 자극했다. 봄이나 여름에 방문한다면 정말 끝내주겠구나 싶었다.

중대형견이 아닌 소형견 운동장을 배정받았으면 더 좋았을 것을… 아쉬운 마음을 달래며 돌아설 수밖에 없었다.

 

 

우리 일행은 실내 공간에서 시간을 조금 더 보내다 나왔다. 실내는 3층으로 이뤄져 있었다. 반려견이 1층에서 3층을 오가며 자유롭게 돌아다닐 수 있도록 되어 있었다. 3층은 테라스가 마련되어 있었는데, 혹한기인 만큼 외부로는 나갈 수 없었다.

 

1층 카페 공간
2층 카페 공간
2층 포토존
3층 테라스

 

나는 제법 괜찮은 공간이라고 생각했는데, 견주이자 함께했던 친구는 ‘얼른 나가자’고 재촉하더라. 이유를 물어보니 ‘왠지 모르게 불안하다’는 거였다.

어떤 공간이든 장점만 있을 순 없는 법. 친구가 느낀 피터팻츠의 단점이 이랬다.

 

 

첫째, 중형견이 놀기에는 다소 애매하다. 소형견과 대형견에게는 저마다 최적의 운동장이지만, 12~13kg 정도의 중형견에게는 다소 애매한 공간인 것은 맞다. 대형견 운동장에는 너무 큰 강아지가 수두룩하고, 소형견 운동장에는 너무 작은 강아지가 수두룩하기 때문.

 

 

시바 같은 중형견을 데리고, 소형견 운동장에 가자니 다른 견주들의 눈치가 보이고, 중대형견 운동장에 가자니, 몸집이 거대한 반려견에 치여 다치진 않을까 노심초사 불안에 떨게 된다.

이날도 꽤 많은 대형견이 운동장을 찾았다. 개중에는 정말 거대한 녀석들도 있었다. 거대한 녀석이 육중한 몸집을 자랑하며 운동장에 들어서자, 중형견 견주들은 하나둘 자리를 피해 실내로 들어가더라. 우리 역시 마찬가지였다.

 

 

둘째, 다소 어수선하다. 3,600평의 공간이지만, 직원은 3-4명 정도밖에 되지 않았다. 당연히 이 공간을 세심하게 커버하기에는 역부족일 터. 설상가상으로 이날은 실내에 있던 중형견이 입구 안쪽 칸막이를 넘어 실외로 나가는 일이 두 번이나 발생했다. 손님이 들어올 때 열려버린 자동문이 화근이었다.

다행히 입구 바깥쪽에도 칸막이가 설치되어 있었고, 직원이 부랴부랴 달려가 케어한 덕에 사고는 발생하지 않았다. 하지만 입구 바깥쪽 칸막이는 높이가 낮아, 중형견이라면 훌쩍 뛰어넘을 수도 있을 정도였다. 큰일이 벌어지지 않은 게 천만다행이다.

이런저런 상황이 더해지며, 아마도 친구의 불안을 가중한 듯싶다. 아울러, 소형견 운동장 대비 다소 허름한 중대형견 운동장도 단점으로 느꼈다고 한다.

 

 

 

몇몇 단점은 있었지만, 피터팻츠가 공원 같은 애견카페를 찾는 이들에게 훌륭한 선택지인 건 맞다. 특히 소형견 운동장이 이토록 넓은 곳은… 피터팻츠 말고는 경험해 본 적이 없다. 아마도 이 공간은 햇살 쏟아지는 공원에서 반려견과 행복한 시간을 보내고 싶은 소형견 견주들에게 최적의 애견카페, 애견운동장이 될 듯하다.

 

 

가격은 다소 높은 편이다. 견주 입장료는 음료에 포함되어 있으나 음료값이 최소 9천 원 이상. 반려견 입장료는 소형 7천 원, 중형 9천 원, 대형 1만2천 원이다. 음료 외에도 간단한 푸드와 디저트도 판매하니, 식사를 즐겨도 좋다.

위치는 경기도 고양시 덕양구 대주로 358-78.
앤드테라스 피터팻츠와 혼동하지 않길 바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