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1. 4. 18. 23:28ㆍ리뷰
여러분은 어떤 스피커를 사용하나요? 저는 얼마 전까지 보스 사운드 링크 2(Bose Sound Link 2)를 음악 감상용으로 썼습니다. 알 사람은 다 아는 국민 블루투스 스피커이죠. 작은 체구에서 나오는 빵빵한 베이스가 매력인 제품입니다. 그런데 말이죠. 3년쯤 썼을까. 처음엔 황홀했던 베이스도 조금씩 지루해지기 시작하더군요(모든 관계란 이런 것인가).
그렇게 또 다른 스피커에 눈이 가는 와중에 애플에서 어마어마한 녀석을 내놨는데요. 바로 홈팟 미니(HomePod Mini)입니다. 홈팟보다 저렴한 가격, 단돈 99달러. 아이폰과 찰떡궁합을 자랑하는 연동성. 준수한 음질. 귀여운 디자인. 이건 안 살 수 없는 제품이었죠.
품에 들어오기까지 시간이 조금 걸렸지만, 어쨌든 지금은 홈팟 미니를 매우 애정하며 사용 중입니다. 물론 100% 만족하는 것은 아닙니다. 메인 스피커로 쓰고는 있지만, 쓰면 쓸수록 메인의 자리를 주기엔 다소 아쉽다는 느낌을 받고 있죠.
지금부터 홈팟 미니를 메인 스피커로 쓰기 아쉬운 이유에 관해 이야기를 꺼내 보겠습니다.
모노의 한계
홈팟 미니는 360도 방향으로 음악이 뿜어져 나오는 무지향성 스피커입니다. 무지향성 스피커는 어느 방향에서 들어도 고른 음질을 보여줍니다. 반면 스테레오 사운드를 내기에 힘든 구조이기도 하죠. 무지향성 스피커인 홈팟 미니 역시 모노로 출시되었습니다.
모노이다 보니 확실히 소리의 입체감, 볼륨감에서 아쉬움이 있었습니다. 홈팟의 경우 우퍼와 7개의 트위터, 빵빵한 스펙으로 이런 아쉬움을 깨부쉈죠.
반면 풀레인지 스피커와 2개의 패시브 라디에이터를 가진 홈팟 미니는 모노의 한계를 극복하지 못했습니다. 음질은 준수하나 특히 볼륨감이 아쉬웠죠.
물론 음악을 들을 때는 크게 느끼지 못합니다. 하지만 영화를 본다면 소소하게 차이가 느껴집니다.
영상을 보면 알 수 있듯, 같은 모노 스피커인 보스 사운드링크 미니2보다 입체감과 볼륨이 살짝 부족해 보이기도 합니다.
해결법은 오직 홈팟 미니 2대 구매하여 스테레오로 연결하는 것뿐입니다.
가격이 저렴한 편이기에 2대 사는 건 문제가 되지 않으나, 왠지 해비(Haevy)해 보인다는 게 문제입니다. 무선도 아니고 선이 달랑달랑 달린 제품 두 대를 사서 페어링하며 관리하는 게 마땅치 않기도 합니다.
그런데 말입니다. 한편으로는 15만 원 중반대 스피커에서 출중한 입체감과 20만 원대 스피커를 앞지르는 볼륨감까지 바라는 게 당연한 걸까란 의문이 듭니다. 더불어 스테레오 사운드를 바라는 건 말도 안 되는 이야기이죠. 10~20만 원대 스피커 중 2채널 스테레오를 지원하는 제품이 얼마나 있을까요?
언어의 한계
시리가 뛰어난 음성비서는 아닙니다. 폐쇄적인 애플 생태계에서 일하다 보니 할 줄 아는 것이 구글 어시스턴트에 비해 떨어지는 편이죠. 하지만 짬밥이라는 게 있듯, 수년간 제법 똑똑해지긴 했습니다.
국내외 어중이떠중이 같은 음성비서보단 훨씬 쓸 만하기도 합니다. 음성인식 능력도 준수한 수준입니다. 저는 간간이 날씨를 묻거나, 검색하거나, 전화를 걸거나, 아주 기초적인 기능을 시리를 통해 사용하는데요.
홈팟 미니를 들여놓는 순간, 지금까지 시리로 해왔던 이 모든 것에 허들이 생깁니다. 언어 장벽이 생기는 것이죠. 홈팟 미니는 국내 미출시 제품으로, 영어 시리만 지원합니다. 단순히 홈팟 미니를 영어로 사용해야 하는 수준이 아닙니다.
이 스피커는 아이폰과 연동하는 제품이란 걸 기억해야 합니다. 즉, 홈팟 미니가 영어 시리만 지원한다는 말은 아이폰의 시리 설정이 영어로 바뀐다는 것이죠.
아이폰뿐만 아닙니다. 아이폰과 연동된 애플워치 역시 영어 시리로 설정이 변경됩니다. 한국어로 소통하던 모든 시리가 한순간에 외국인으로 뒤바뀌는 상황.
이때부터 뭐 하나를 묻고 답변을 듣는 데 어려움이 따릅니다. 시리의 영어가 너무나 유창한 나머지, 날씨에 대한 답변을 들을 때도 귀를 기울이고 집중해야 합니다. 이건 마치 토익 듣기평가를 매일 치르는 기분이랄까.
또한, 한글로 쓰인 노래 제목은 음성 명령으로 찾아 들을 길이 없습니다. 이 부분이 아마 가장 트게 와닿을 단점일 겁니다.
시리를 소소하게라도 사용했던 분이라면 이 부분에서 멈칫할 수밖에 없습니다. 홈팟 미니를 들여놓는 순간, 한국인 시리는 사라져버리니까요.
시리야 모든 알람 꺼줘
시리야 오늘 날씨 알려줘
시리야 주말에 비와?
시리야 ***에게 전화해
시리야 3분 타이머 맞춰줘
시리야 내가 자주 듣는 음악 들려줘
익숙하게 해오던 것을 이제는 모두 영어로 말해야 하는 현실이, 제게는 아직 어색하기만 합니다.
그외의 소소한 불편함
홈팟 미니는 일반적인 블루투스 스피커와 다릅니다. 스마트폰에서 재생 중인 사운드를 스피커로 출력하는 게 일반적인 방식입니다.
보통의 스피커라면 유튜브 재생 시 음악이 중단되고, 유튜브 사운드가 스피커로 출력될 텐데요.
홈팟 미니를 쓰면 아이폰 사운드 따로, 홈팟 미니 사운드 따로 재생되죠. 이게 무슨 말이냐면 스피커로 애플뮤직 노래를 계속 들으면서, 아이폰으로는 유튜브를 볼 수 있다는 겁니다.
유튜브뿐만 아니라 다른 음악 앱이나, 영상 스트리밍 앱을 틀어도 마찬가지입니다. 이건 마치 자체 OS를 가진 스피커를 따로 들여놓은 듯한 경험입니다.
매우 만족스러운 경험이나 한 가지 단점은 있습니다. UI/UX가 꼬여버리는 것입니다.
이 경우 아이폰 사운드는 제어센터에서, 홈팟 미니 사운드는 잠금화면 위젯에서 조작하게 됩니다. 잠금해제 시 위젯이나 볼룸 버튼으로 홈팟 미니 재생 항목을 조작할 수 없는데요.
(어떨 땐 또 되기도 합니다. 이랬다가 저랬다가 하니까 더더욱 복장이 터질 지경)
이 상황에서 음악을 넘기려면 애플뮤직 앱에 접속하거나 화면을 잠그고 잠금화면 위젯으로 조작한 뒤 다시 잠금해제를 해야 합니다. 뒤죽박죽 엉킨 UI/UX가 영 불편합니다.
치명적이진 않지만, 단점이라면 단점으로 볼 수 있겠습니다.
——
모노의 한계(볼륨감 다소 부족), 언어의 한계.
홈팟 미니를 메인 스피커로 쓰기에 아쉬운 이유, 두 가지입니다. 단점을 지적했다면, 이제 장점을 언급한 차례죠.
그럼에도 불구하고 홈팟 미니를 메인 스피커 자리에 올려놓은 데는 다 이유가 있죠. 다음 글에서 그 이야기를 풀어보겠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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