RX100 M6 리뷰, 3년 전 카메라가 여전히 현역인 이유

2022. 1. 13. 09:12리뷰

아주 오랜만에 글을 남깁니다. 현생을 사느라 아주 바쁘기도 하였고. 사실은 귀찮은 나머지 블로그를 조금 놓은 이유도 큽니다. 아주 오래간만에 리뷰를 하나 남기고 싶어 들렀습니다. 소니 RX100 M6(MK6)입니다. 출시된 지 3년이 훌쩍 넘은 오래된 카메라이죠.

스마트폰 카메라가 좋아졌다고는 하지만, 디지털 카메라(하이엔드 똑딱이) 특유의 색감과 자연스러운 아웃포커싱, 섬세한 표현력 등을 따라오기는 아직 역부족입니다. 그렇기에 디카에 대한 갈망이 늘 존재했습니다. 그러던 지난가을, 고민 끝에 RX100 M6를 들였습니다.

이번 글에는 출시 3년이 넘은 카메라를 구매한 이유와 장단점에 관해 적어보려고 합니다.


고가의 똑딱이가 필요할까?

저는 줄곧 아이폰을 사용해 사진을 찍었습니다. 소프트웨어 기술에 힘입어 해마다 사진 성능이 개선되는 덕분에 만족하고 사용했습니다. 하지만 폰카를 찍으면서도 늘 채워지지 않는 부분이 있었습니다. 디지털카메라 특유의 표현력입니다.

아이폰 12 프로와 RX100 M6 촬영물입니다. 어느쪽이 아이폰이고 어느쪽이 M6일까요?


스마트폰 카메라가 아무리 발전한다 해도 한 끗 차이에서 생기는 감성은 따라오지 못한다고 느꼈습니다. 판형이 깡패라는 말을 날이 갈수록 실감하고 있었죠. 사진에 대한 욕심이 점점 더 커져 갈 즈음. 저는 마침내 디카를 구매하기로 마음먹었습니다.

사실 이제부터 고민의 시작이었습니다. DSLR은 휴대성이 떨어져 들고 다니기 힘듭니다. 그러니까 선택지에서 제외. 미러리스와 똑딱이 중 하나를 선택해야 했습니다. 저는 사실 고민할 것도 없이 똑딱이로 마음이 기울었습니다.

몇 해 전 미러리스를 구매했다가, 활용성이 떨어져 고생한 기억이 있기 때문입니다. 제아무리 미러리스라 해도 렌즈 교환식 카메라가 주는 불편함은 어쩔 수 없습니다. 본체며 렌즈며 챙기는 수고스러움 탓에 카메라는 여행 갈 때 아니면 꺼내지 않게 되었죠. 작은 크기라고 하지만, 여전히 한 손으로 편하게 들고 다니기에는 부담스러웠습니다. 자연스럽게 폰카를 더 자주 찍게 되었습니다. 결과는 중고 처분.

 


한 번의 실패 이후 다시 카메라를 구매하는 만큼 이번엔 수시로 들고 다닐 수 있는 휴대성을 최우선으로 고려했습니다. 그러면서 렌즈 교환식 카메라만큼이나 다양한 화각을 챙길 수 있었으면 싶었습니다. 휴대성 + 화질 + 화각, 이 모두를 만족하는 제품은 소니 RX100 시리즈와 파나소닉 LX100 시리즈뿐이었습니다. 그러니까 이 세 가지를 모두 갖고자 한다면 고가의 하이엔드 똑딱이 말고는 선택지가 없었다는 이야기이죠.

저의 경우 조금 더 콤팩트한 RX100 시리즈로 선택지를 좁혔습니다. 역시나 휴대성이 최우선이니까요.

 

M7도 나온 마당에 웬 M6?

이렇게 생각한 분도 많을 겁니다. 가장 최신 기종인 m7이 있는데 굳이 3년 지난 M6를 샀느냐는 생각 말입니다. 사실 M6와 M7는 스펙상, 기능상 큰 차이가 없습니다. AF · AE 속도가 개선되는 등 성능이 좋아졌다고 하지만, 전문가가 아니라면 크게 체감할 정도는 아니라고 봅니다. 특히 동영상 촬영에서 개선 크다는 평이 있는데, 저는 애초에 사진 촬영 용도로만 쓸 것이기에 이 부분은 크게 고려하지 않았습니다.

M7의 렌즈는 M6와 같은 칼자이스 24-200mm이며, 밝기도 F2.8-4.5로 같습니다. 화소수도 2,010만 화소로 동일합니다. 그렇기에 영상을 촬영할 것이 아니면 굳이 m7을 살 이유가 없던 것이죠.

 


오히려 M5a 모델과 M6 모델을 사이에 두고 더 많은 고민을 했습니다. M5a의 경우 24-70mm로 화각이 제한되지만, F1.8-2.8이라는 밝은 렌즈를 탑재했습니다. 렌즈가 밝으면, 실내와 야간 촬영에서 노이즈가 없는 깨끗한 사진이 찍힙니다. 조리개 최대 개방 시 아웃포커싱, 보케 효과도 잘 먹습니다. 여러모로 인물, 사물 촬영에 유리합니다. 반면 M5a 모델은 24-70mm 화각이 아쉬웠습니다. M6와 달리 200mm 망원으로 멀리 있는 피사체를 쭉 당겨 찍는 맛을 못 느끼는 것이죠.

밝은 렌즈냐 200mm 화각이냐.

저는 후자를 선택했습니다. 화각이 다양한 만큼 원하는 이미지를 자유자재로 뽑아낼 수 있기 때문입니다. 이외에도 배경 압축 효과로 밀도 있는 이미지를 구성한다든지 멀리 있는 대상을 눈치 보지 않고 캐치한다든지 여러 장점이 있습니다. 물론 어두운 렌즈 탓에 개인적으로 좋아하는 보케 효과가 다소 약하게 적용되긴 하지만 말이죠.

 

망원은 만족 넘어 대만족

세 달 정도 촬영해 보는 소감은 "만족 반, 아쉬움 반"입니다. 우선 200mm 망원은 매우 만족했습니다 (이 리뷰에서는 소니 카메라 특유의 빠른 AF 등의 후기는 생략합니다. 굳이 언급하지 않아도 너무나 유명한 장점이기에).

저는 일상 스냅을 선호하기에 길거리 사진을 많이 찍습니다. M6의 200mm 망원을 쓰고부터는 사진을 찍으며 눈치 보는 일이 줄었습니다. 카메라를 가까이 들이대지 않고도, 먼 거리에서 당겨 찍을 수 있기 때문입니다. 일상의 재밌는 순간순간을 캐치하기 좋았습니다(그렇다고 초상권 고려 않고 이 사람 저 사람 마구 찍어대지는 않습니다).

망원 촬영 특유의 느낌. 그러니까 배경이 큼직하게 압축되어 표현되는 점도 만족스러웠습니다.

 

199mm / 79mm 화각에 따른 결과물
33mm / 134mm / 197mm 화각에 따른 결과물


200mm 망원 덕분에 같은 자리에서 다른 느낌의 이미지를 연출할 수 있다는 점도 좋았습니다. 30mm 화각으로 배경과 피사체가 모두 드러나는 이미지를 찍거나 180mm 화각으로 배경을 압축하고, 피사체를 강조하면서 보케를 곁들인 장면을 찍거나. 원하는 이미지를 쉽게 연출할 수 있었습니다. 다양한 이미지를 연출할 수 있다는 점은 사진 찍는 재미를 더욱 높여주는 것 같습니다. 똑딱이지만 미러리스를 쓰는 것 같은 느낌이랄까요.

 


두 번째 장점은 역시 휴대성입니다. M6는 주머니에 쏙 들어갈 만큼 작습니다. 렌즈를 교환할 필요가 없으면서도 화각이 다양합니다. 언제 어디서나 원하는 순간에 꺼내어 원하는 이미지를 연출하기 좋습니다. 무게도 300g 정도로 부담되지 않습니다. 예전 미러리스를 썼을 때와 달리 카메라 들고 다니는 빈도수가 훨씬 잦아졌습니다. 요즘엔 외출할 때마다 카메라를 챙깁니다. 뷰파인더 버튼을 누르면 그 즉시 카메라가 켜지기 때문에 순간을 포착하는 데도 더없이 좋았습니다.

인상적인 장면이 눈에 들어오는 즉시 카메라를 꺼내고, 뷰파인더를 올려서 바로 촬영. 이걸 경험할 때마다 '역시 하이엔드 똑딱이 사기 잘했다'라고 생각합니다.

 

보케 야간 촬영은 아쉽네

반면 단점도 있었습니다. 역시 렌즈 밝기입니다. M6는 F2.8-4.5의 어두운 렌즈로는 제가 선호하는 진한 보케 효과를 내기에 한계가 있었습니다.

풀 망원으로 당기면 렌즈 밝기는 F4.5로 떨어졌습니다. 이 값으로는 옅고 미세한 아웃포커싱 효과만 낼 수 있었습니다. 배경이 살짝 흐릿해진 느낌이랄까요. 진하게 뭉게진 사진을 원한다면 M6는 아쉬운 선택지일 수 있습니다. 200mm 망원을 포기할 수 있다면 lx100 시리즈나 RX100 M5a 모델을 선택하길 권합니다. 인터넷 후기를 살펴보니 lx100 M2의 보케 성능이 M6보다 월등하다는 느낌을 받았습니다. 물론 lx100 시리즈는 AF에서 다소 부족하다는 평이 있으니 참고해야 하겠습니다.

 

자글자글한 노이즈


렌즈가 어둡기에 실내나 야간에서 노이즈 발생도 상당한 편입니다. 못쓸 수준은 아니지만, 특히 야간의 경우 노이즈가 꽤 심합니다. 개인적인 생각으로는 노이즈 보정 없이는 못 쓰는 정도랄까요. 야간 사진을 주로 찍는다면 M6가 최선의 선택지는 아닐 듯합니다.

여기까지가 M6에 대한 간략한 후기입니다. 저는 보케를 살짝 곁들인 인물 사진과 야간 사진을 주로 찍습니다. 어떻게 보면 제 촬영 성향과 RX100 M6는 잘 맞지 않다고 할 수 있습니다. 모두 M6가 잘 해내지 못하는 것들이니까요.

그런데도 불구하고 M6를 사용하며 잘 샀다는 생각을 더 자주 합니다. 200mm 망원이 주는 만족감이 이 정도인 것 같습니다. M6 구매를 고민하며, 200mm 망원 쪽으로 마음이 더 기울어진 분들에게는 더할 나위 없는 선택이 되지 않을까 싶습니다. 이 카메라를 대체할 만한 제품은 여전히 전무하니까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