옛날 TV에 애플티비 4K를 설치해 보았다, 부모님이 잘 사용하실까?

2022. 1. 13. 18:28리뷰

 

"아들, 깐부 그거 있잖아. 재밌어?"

 

오징어게임 인기가 한창일 때였습니다. 온갖 매체에서 오징어게임을 외치고 있었으니, 영화 좋아하는 어머니가 궁금할 법도 했습니다. 안타깝게도 어머니 집에는 스마트 TV가 없었습니다. 12년 전 구매한 삼성전자 파브 TV에 지역방송 셋톱박스를 달고, 철 지난 영화나 보고 또 보는 어머니였습니다.

 

어머니에게도 스마트폰이 있었지만, 넷플릭스 시청은커녕 앱 하나 켜는 것도 어려워했습니다. 당연히 스마트폰으로 넷플릭스를 봤을 리 만무합니다. 그 사이 저는 DP며, 오징어게임이며 온갖 재밌는 콘텐츠를 혼자 챙겨보기 바빴습니다.

부끄러운 순간이었습니다. 그래서 어머니에게 넷플릭스를 보여드리기로 마음먹었습니다.

 

오늘은 어머니를 위해 구형 TV에 애플티비 4K 1세대 모델을 설치해 드린 이야기를 공유하기 위해 글을 남깁니다.

 

왜 애플TV 4K, 구매 이유는?

스마트 TV가 아닌 구형 TV에서 넷플릭스나 OTT 앱을 실행하려면 별도의 셋톱박스가 필요합니다. OTT 앱과 호환되는 일부 통신사 셋톱박스도 대안이 되지만, 지역방송 셋톱박스를 쓴다면 이마저도 불가능합니다. 어머니는 지역방송 저사양 셋톱박스를 통해 IPTV를 시청하고 있었기에, OTT앱을 실행하게 위해선 별도의 셋톱박스가 필요했습니다.

 

다행히 시장에는 여러 선택지가 있었습니다. 넷플릭스 및 OTT 앱을 설치할 수 있는 셋톱박스. 크게 나눠보면 두 가지였습니다. 안드로이드 셋톱박스와 애플티비(TV) 4K입니다.

 

다른 제품은 써보지 않았기에 이것이 장점이고 저것이 단점이다 비교할 순 없겠습니다. 다만 그많은 제품 중에서 굳이 애플TV 4K를 선택한 이유는 말할 수 있습니다.

 

 

첫 번째는 화질입니다.

 

애플TV 4K는 애플이 내놓은 고성능 셋톱박스입니다. 4K UHD 영상을 뽑아주며, HDR10을 비롯해 돌비 비전과 돌비 애트모스도 지원합니다. 유선 인터넷은 물론 와이파이로 간편하게 연결할 수도 있습니다.

 

물론 구형 TV에서는 4K UHD, HDR10, 돌비 비전, 돌비 애트모스 같은 옵션을 누릴 수 없습니다. 너무 오래된 TV는 해당 옵션을 지원하지 않기 때문입니다. 그럼에도 저는 화질 개선 효과가 있을 것으로 예상했습니다. 고성능 칩셋 기반 화질 개선 기술의 덕을 조금이나마 볼 수 있지 않을까 싶었죠.

 

 

두 번째는 쾌적함입니다.

 

저는 애플TV 4K 1세대 제품을 구매했습니다. A10X Fusion 칩셋을 장착한 제품입니다. 오래된 칩셋이지만, 셋톱박스에 들어가는 것으로는 충분히 훌륭한 칩셋으로 생각합니다. 애플TV 4K는 고사양 칩셋과 소프트웨어 최적화에 힘입어 아주 쾌적하고 부드럽게 작동합니다. 어떤 셋톱박스 OS보다 부드럽고 깔끔하고 쾌적하다는 게 일반적인 평입니다.

 

어머니가 사용하는 지역방송 셋톱박스의 경우 한국인에게 어울리지 않는 느려 터진 속도를 보였습니다. 이걸 몇번 경험한 저는, 어머니가 빠르고 쾌적하게 사용할 수 있도록 고사양의 셋톱박스를 설치해 드리고 싶었습니다.

 

 

세 번째는 애플뮤직 등 기존 애플 서비스와의 호환성입니다.

 

저는 애플TV+, 애플뮤직, 애플아케이드를 모두 구독합니다. 애플TV 4K를 설치하고, 애플TV+, 애플뮤직, 애플아케이드를 구독하는 ID로 로그인하면, 세 가지 서비스를 TV에서 실행할 수 있습니다. 물론 부모님이 애플아케이드를 즐기지는 않겠지만, 애플TV+나 애플뮤직은 충분히 즐겨 쓸 것으로 예상했습니다.

 

설치는 간단했습니다. 12년 전 출시된 일반 TV에 과연 애플TV 4K를 설치할 수 있을지 걱정한 것이 무색하게 말이죠. HDMI 케이블(물론 별도구매입니다, 패키지 미포함^^;)을 애플TV 4K와 TV에 연결하는 것만으로 설치 끝.

HDMI만 지원한다면 옛날 TV여도 무리없이 연결될 것으로 예상됩니다.

 

실행 방법도 쉬웠습니다. 외부입력을 애플TV 4K로 바꿔주면 바로 애플의 tvOS가 켜졌습니다.

 

화질 · 사용 경험은 여타 셋톱박스보다 한 수 위

애플TV 4K 1세대 제품을 설치하고 두 달 정도 지났습니다. '부모님 세대가 다소 어려워하는 애플 생태계를, 어머니가 잘 적응할 수 있을지' 우려도 했지만, 지금은 틈틈이 접속하여 넷플릭스를 보고 계십니다. 제가 느낀 장점은 이렇습니다.

 

IPTV vs 애플TV 4K

 

하나. OTT가 지원하는 화질을 최대한 끌어내 주는 듯하다.

 

기술적으로 파고드는 재주가 없어서, 이러한 기술 덕분이 이렇게 화질이 개선되었다고 말하진 못하겠습니다. 체감상으로는 넷플릭스나 OTT가 지원하는 화질을 최대한 끌어주는 듯한 느낌이었습니다. 물론 드라마틱한 효과는 느껴지지 않았습니다. FHD급, HDR을 지원하지 않는 구형 TV를 사용하고 있다면, 아마도 저와 비슷한 느낌을 받을 것으로 생각합니다.

 

비교 영상에는 잘 담기지 않았는데, 선명도나 색감 등이 애플TV 4K 1세대 쪽이 살짝 나아 보였지만, 역시나 아주 미묘한 느낌, 한 끗 차이 정도였습니다.

 

구형 TV에 애플티비 4K 설치해 극적인 화질 향상을 이루겠다는 희망은 살짝 버리는 편이 좋겠습니다. 넷플릭스의 경우 영상 품질이 매우 좋은 편이라, 이를 고스란히 출력할 수 있다는 것만으로도 감사할 뿐입니다.

 

둘. 다양한 OTT를 지원한다.

 

애플TV 4K는 넷플릭스뿐만 아니라 디즈니플러스, 웨이브, 왓챠 등도 지원합니다. 가장 좋은 점은 이들 콘텐츠를 통합해서 검색해 볼 수 있다는 것이었습니다. 이 앱, 저 앱 켰다 껐다 할 필요가 없죠. 시리를 통해 손쉽게 찾을 수도 있어 부모님이 사용하기에 더없이 편할 것 같다는 생각을 했습니다. 현재는 넷플릭스만 설치해 놓았지만, 웨브나 왓챠도 하나하나 추가해 드릴 예정입니다. 다만, 티빙을 설치할 수 없다는 게 매우 안타까운 부분입니다.

 

 

셋. 쾌적함의 스케일이 달랐다.

 

애플TV 4K의 사용 경험은 정말 수준급이었습니다. 느려 터진 셋톱박스를 사용했던 사람이라면, 감탄이 나올 만큼 쾌적합니다. 애플TV 4K 1세대 리모컨(시리 리모트 1)은 90% 터치 기반입니다. 대부분 조작은 스마트폰 터치하듯 상단부를 옆으로 밀고 위아래로 쓸어내리며 조작합니다. 뒤로 가기, 재생 · 정지 등은 버튼을 활용합니다. 터치에 반응하는 속도는 즉각이었습니다. 그 어떤 버벅임도 없었습니다. 쾌적한 사용 경험에는 깔끔한 구성의 OS도 한몫했습니다.

 

 

시리 호출도 쓸 만했습니다. 의외로 말귀를 잘 알아들어 놀랐습니다. 리모컨의 시리 호출 버튼을 꾹 눌러, 음악을 요청하거나, 원하는 콘텐츠를 찾을 수 있었습니다. 어머니도 손쉽게 음악을 찾아듣곤 했습니다. 다만, 넷플릭스 콘텐츠의 경우 애플TV+와 호환되지 않아, 통합 검색하는 것이 불가능했습니다. 아쉬운 부분입니다.

 

 

단 하나의 오점은 리모컨

부모님에게 다소 어려운 리모컨 조작. 애플TV 4K를 설치하면서 가장 걱정했던 부분입니다. 특히나 시리 리모트 1의 경우 90% 이상 터치 기반으로 작동합니다. 스마트폰이 익숙하지 않은 부모님이라면 조작하는 데 어려움을 느낄 가능성이 큽니다.

 

 

어머니 역시 손가락으로 쓱쓱 스와이프하며, 이동하고, 선택하는 것을 어려워했습니다. 손가락으로 섬세하게 터치하면서 콘텐츠를 고르지 못하다 보니, "원하는 영화를 선택하기 불편하다"고 했습니다. 애플TV 4K 2세대 리모컨(시리 리모트 2)의 경우 상하좌우에 있는 버튼을 눌러서 이동합니다. 터치보다 확실히 사용성이 좋죠. 아무래도 애플TV 4K 2세대 리모컨으로 바꿔드려야 할 것 같습니다. 리모컨 호환이 되니까, 다행으로 생각합니다.

 

부모님께 해드린다면 역시 프리미엄급 셋톱박스를 

이 정도가 약 두 달간, 애플TV 4K를 사용하는 부모님을 지켜보며 찾은 장단점입니다. 사실 조작이 다소 불편하다는 것 말고는 단점을 찾기 어려웠습니다. OTT 앱을 지원하는 셋톱박스 중 이 정도 화질과 쾌적함을 선사하는 제품은 드무니까요. 소프트웨어 최적화와 더불러 하드웨어 마감도 흠잡을 데 없었습니다. 깔끔했습니다. 여타 셋톱박스와 비교할 때 확실히 프리미엄 느낌이 있었습니다.

 

 

부모님 해드리는 건데, 이왕이면 프리미엄 급 제품이 좋겠죠. 여러모로 애플TV 4K 구매하길 잘했다는 생각입니다.

 

비디오 및 오디오 설정, 애플 ID 연동 등 부모님이 손대기에 다소 어려운 설정 등이 있지만, 이 부분은 디지털에 익숙한 우리에게 큰 허들은 아니었습니다. 저처럼 부모님 집에 설치하는 케이스라면, 빠르게 설정해 드리고 앱 접속하는 법만 알려주면 됩니다.

 

 

일각에서는 가격을 문제 삼기도 하지만, ‘애플’ 제품 아니겠습니까? 가성비 영역의 브랜드가 아니란 점을 고려한다면 제 기준에서는 문제될 것이 아닌 듯합니다.

 

24만 원 상당의 애플TV 4K 2세대 제품이 여전히 부담된다면 애플TV 4K 1세대 제품을 십만 원 선에서 구매하거나 애플TV HD 제품을 구매해 보는 것도 답이 되겠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