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1. 2. 8. 01:13ㆍ트렌드
요즘 인스타그램에 자주 보이는 포스팅이 있습니다. 클럽하우스의 입성을 알리는 사진입니다. 전에 없던 새로운 SNS의 등장으로 반응이 뜨겁습니다. 너도나도 이 플랫폼에 뛰어들고 있습니다. 일론 머스크가 클럽하우스에 등장했다는 일화는 이 플랫폼이 얼마나 핫 한지 보여줍니다. 인싸들의 SNS라 불리는 클럽하우스. 후기를 전합니다.
클럽하우스가 뭐야?
클럽하우스는 오로지 음성으로만 이뤄진 소셜네트워크 서비스입니다. 내 음성을 콘텐츠로 만들어 피드에 올리는 그런 방식은 아닙니다.
방을 만들고, 그 방에 사람들이 모여 떠드는 방식이죠. 그 옛날 하늘사랑 같은 채팅 서비스의 음성 버전이라고 할까요? 인스타처럼 개인 프로필이 있고, 팔로우/팔로워 개념도 있다는 점에서, 요즘의 SNS와 옛날의 채팅 서비스가 절묘하게 어우러졌다 할 수 있겠습니다.
클럽하우스가 재밌는 건 초대장이 있어야만 입성할 수 있다는 겁니다. 누군가의 초대를 받아 이곳에 들어오면 2명을 초대할 수 있는 초대장이 주어집니다. 초대장은 내 폰의 전화번호를 기반으로 보낼 수 있기에, 낯선 누군가는 초대할 수 없습니다. 참 프라이빗하죠.
계정 생성 시 실명을 입력해야 하는 등의 조건도 있습니다. 물론 실명 인증 수단도 없고 어디까지나 권장 사항이긴 하지만, 이런 요소들이 이 플랫폼을 한층 더 프라이빗한 공간으로 여겨지게 합니다.
모든 대화를 녹음할 수 없는 점도 흥미롭습니다. 덕분에 클럽하우스는 지금이 아니면 들을 수 없는 이야기로 채워지게 되죠. 역시나 참 프라이빗합니다.
그들만의 세상?
클럽하우스에 들어가는 게 쉽지만은 않았습니다. 초대장 개념 탓에 언제든 내 맘대로 드나들 수 없었죠. 계정만 생성하고 며칠 묵혀둔 뒤에야 지인의 초대로 입성할 수 있었습니다.
처음 마주한 모습은 심플했습니다. 내 프로필 영역과 개설된 대화방들. 크게 두 공간으로 나뉘어 있었습니다. 연예인이나 유명인들의 계정도 눈에 띄었습니다.
입장하면 화자와 청중으로 레이아웃이 나뉜 화면이 보입니다. 손을 흔들면 방장이 발언 권한을 주고 화자로 자격을 바꿔줍니다.
저는 호란 님의 자장가 방에 들어갔는데, 가수와 팬이 스피커로 한자리에 모여 대화 나누고 노래를 듣는 모습이 인상적이었습니다. 인플루언서들의 새로운 소통 공간이 되겠구나 싶었죠. 물론 저는 할 말도 없고, 나서는 성격이 아닌지라 조용히 듣고 또 들었습니다.
그렇게 며칠을 듣고 듣다 클럽하우스에 대한 첫인상이 결론 내려졌습니다. 피로감과 앱의 한계성입니다.
클럽하우스는 SNS 치고는 다소 무겁고 진중한 이야기들이 꽤 자주 오갑니다. 이런 방들을 오가면, 피로감이 다소 쌓이는 듯했습니다. ‘그들만의 세상. 우리가 낄 자리가 얼마나 될까?’란 생각도 들었죠. 클럽하우스엔 다양한 방이 있고 각계각층의 인물이 모였습니다. 그중 많은 방이 유수 기업의 인사들이 모여 업계나 산업을 전망하거나 지식을 공유하거나 자기계발에 관해 조언을 건내는 류는 방입니다.
저는 어디 어디에 다니는 누군데 제가 한마디 보태겠습니다.
저는 어디에서 일하는(일했던) 누구입니다. 제 경험으로 봤을 때…
클럽하우스에서 자주 듣는 멘트입니다. 혹자는 이런 클럽하우스를 보고 ‘커리어 전쟁터’ 같다고 했습니다. 당연히 그럴싸한 타이틀이 없는 이들은 끼어들 틈이 없습니다. 그저 청중으로 머무르는 수밖에. 들으면 들을수록 참여형 팟캐스트란 느낌을 지울 수 없었습니다. 전문가나 유수 기업 인사들의 경험담, 인사이트를 듣다가 듣다가 한 번쯤, 목소리를 내보는 참여형 라디오. 심지어 스마트폰 잠금 상태에서 들을 수 있기에 라디오를 켜놓은 듯한 느낌은 더욱 강했습니다.
이 지점에서 봤을 때, 우리가 흔히 떠올리는 SNS의 이미지. 내가 주인공이 되어 내 공간에 나만의 이야기를 써내려가는 플랫폼. 그런 공간과는 거리가 멀어 보였습니다.
이제 시작일 뿐이니
물론 가볍고 재미있는 방도 존재하긴 합니다. 클럽하우스엔 특정 직군끼리 모여서 수다 떠는 방, 직장 생활의 어려움을 털어놓는 방 등 일상을 공유하는 방도 있습니다. 성대모사 방 등 SNS 피드를 보며 킬링 타임을 하듯, 재미를 주는 방도 속속 등장 중입니다.
다만 이러한 방의 존재가 앱을 지속해서 사용하게 만드는 힘을 발휘할지는 아직 의문입니다. 클럽하우스란 앱 자체가 아까 말했듯 기존 SNS와 결이 많이 다르기 때문입니다. 일단 앱을 사용하는 데 꽤 많은 시간을 들여야 합니다. 방을 찾아 이야기를 듣고 이야기를 나누고...인스타그램처럼 잠깐씩 들어와 타인의 삶을 엿보고, 나의 일상을 자랑하는 용도로 접속하는 게 아니죠. 상당한 에너지를 쏟아부으며 접속하는 게 얼마나 지속될까요?
지금이야 워낙 뜨거운 관심을 받는 중이라 다들 무슨 이야기를 꽃피우나 들여다보게 되지만요. 이 열기가 식고 나면 종국에는 라디오나 팟캐스트처럼 가끔 듣는 플랫폼으로 자리잡지 않을까 싶기도 합니다. 이런 위치로 포지셔닝된다면, 소소한 잡담방이나 유머방보다는 정보나 인사이트를 주는 방 중심으로 돌아가게 될 지도 모르고요. 그렇다면 평범한 우리가 낄 자리는 더더욱 줄어들겠죠.
다시 한 번 말하지만, 방에 참여하여 가끔씩 한마디씩 해보는 참여형 팟캐스트가 될 가능성도 큽니다. 아직까지는 말이죠. 이것이 제가 며칠간 클럽하우스를 써보고 든 생각입니다.
어쨌거나, 쏟아지는 전문 지식에 피로감이 있긴 하지만… 당분간 이 새로운 클럽하우스에 조금 더 주목해 보려 합니다. 간혹 유명인이나 인플루언서와 만나는 쏠쏠함도 있거든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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