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큘러스 퀘스트 2 화질 실화? 영화 감상 vs 게임? 딱 정해드림

2021. 2. 3. 16:10리뷰

예전부터 저는 시각적인 것에 관심이 많았습니다. 특히 디스플레이 제품. 그런 제 눈에 흥미롭게 다가온 제품이 있는데요. 바로 오큘러스 퀘스트 2(Oculus Quest 2)입니다. 지난해 페이스북에서 출시한 VR 기기로, 특징은 가성비입니다. 1832 × 1920픽셀의 디스플레이로 기존 VR 대비 준수한 화면을 뽑아내는데요. 가격도 41만4천 원(64GB)으로 저렴한 편입니다.

이러다 보니 퀘스트 2를 개인 미디어 기기로 욕심내는 분이 많습니다. 저도 그랬죠. 우연히 며칠 동안 써볼 기회가 생겨 확인해 봤습니다. 과연 퀘스트 2가 개인 미디어 플레이어로 쓸 만한 녀석인지.

이 정도면 됐다

퀘스트 2를 수식하는 문구 중 가장 눈에 띄는 건 4K 대응입니다. 퀘스트 2는 고해상도 렌즈로 4K 화면을 뽑아낼 수 있다고 합니다. 정말일까요?

우선 퀘스트 2로 영상 보는 방법부터 훑어봅시다. 스트리밍 앱을 이용하는 방법, 웹하드를 이용하는 방법, 다운로드 영상을 동영상 플레이어로 재생하는 방법. 세 가지입니다.

우선 다운로드 영상 재생은 후보에서 탈락입니다. PC 켜고 영상 찾아서 내려받고 PC와 퀘스트 2 연결하고, 영상 전송하고…. 벌써 머리가 지끈거립니다. 고해상도 영상을 재생할 가장 확실한 방법이지만, 전 하드코어 유저가 아니므로 포기했습니다.

다음은 스트리밍입니다. 퀘스트 2의 경우 넷플릭스, 유튜브 등의 앱을 설치할 수 있고, 인터넷 브라우저를 통해 웹하드에 접속해 영상을 재생할 수 있습니다. 여러모로 이쪽이 편합니다.

넷플릭스부터 켜봤습니다. 참고로 넷플릭스 영상은 첨부 자료를 넣지 못했습니다. 저작권 기술로 녹화 자체가 막혀버린 탓입니다. 후기를 전하자면 ‘다소 실망했다’ 정도입니다. 넷플릭스 앱은 해상도가 너무나도 떨어졌습니다.

스마트폰도 FHD가 기본인 마당에 HD에도 못 미치는 480p로 재생됐습니다. ‘영화를 즐긴다’가 아니라 ‘볼 수 있다’ 수준이랄까요.

퀘스트 2를 넷플릭스 머신으로 돌리는 건 아무래도 불가능해 보였습니다.

다음은 유튜브 앱을 켰습니다. 유튜브에는 다양한 영상을 비롯해 영화 콘텐츠까지 준비되어 있었습니다. 스크린 크기는 소·중·대로 조절 가능했습니다. 대형 스크린 선택 시 영화관 버금가는 수준으로 화면 크기를 늘릴 수 있었습니다. 영화관 같다는 말이 절로 나올 정도.

다만, 앱에서는 해상도를 확인할 순 없었습니다. 선택 옵션이 자동과 최고 품질뿐이었습다. 최고 품질 선택 시 선명도는 조금 떨어지는 듯했고, 이게 과연 UHD 화질인지 의구심이 들었습니다.

또다시 실망할 찰나, 유튜브를 웹으로 접속하니 퀘스트 2의 진가가 드러났습니다.
유튜브 웹에서는 조금 더 상세하게 설정을 만질 수 있었습니다.

해상도를 4K로 설정하고 영상을 재생했는데요. 매우 수준 높은 품질의 화면이 출력됐습니다.

유튜브 앱과 달리 화면 크기를 초대형으로 설정할 수 없고, 화질은 네이티브 4K에는 못 미쳤지만, TV를 압도하는 스크린 크기에 이 정도 해상도면 영상 볼 맛이 나겠다 싶었습니다.

문제는 유튜브 웹 말고는 4K급 콘텐츠 찾기가 쉽지 않다는 것이죠. 퀘스트 2는 4K급 해상도를 지원한다고 말하지만, 막상 이를 마음껏 누릴 만한 앱이 적다는 건 아쉬운 부분이었습니다.

그렇다고 개인용 미디어 플레이어로 활용성이 떨어진다는 이야기는 아닙니다. HD나 FHD 해상도로 충분하다면, 퀘스트 2는 더할 나위 없는 만족감을 주니까요.

확실히 VR이 주는 몰입감은 스마트폰이나 프로젝터를 뛰었넘습니다. 어지간한 중저가 프로젝터보다는 퀘스트 2가 훨씬 만족스럽기도 했습니다.

물론 화려한 영상미를 즐기고자 하는 분이라면 실망할 수도 있습니다. 앞서 언급했듯 네이티브 4K 영화를 스트리밍으로 제공하는 앱도 적으며, LCD 디스플레이인 탓에 명암비도 떨어집니다.

영상미에 죽고 못 사는 분이라면 차라리 프리미엄 프로젝터가 만족스러울 겁니다.

이런 분만 아니라면, 퀘스트 2를 구매해도 크게 후회하진 않을 듯합니다. 참고로 기대조차 안 했던 스테레오 스피커는 의외로 발군의 품질을 보여줍니다. 양쪽 귀로 울려 퍼지는 서라운드 사운드를 듣다 보면, 퀘스트 2가 조금 더 사랑스러워질 겁니다.

잠깐만, 퀘스트 2의 진면목은....

사실 퀘스트 2의 진면목은 영상보다는 VR 게임에서 발견할 수 있었습니다. 비트 세이버 딱 한 판을 해봤는데, 게임이 끝나자마자 ‘아! 퀘스트 2는 게임용 기기구나!’ 싶었죠.

6 DOF로 모든 동작을 인식하는 컨트롤러,
빠른 반응 속도,
해상도 향상에 따른 깨끗한 화면,
90Hz로 한결 부드러워진 화면 움직임,
양쪽 귀를 때리는 스테레오 사운드,
플래그십 스마트폰에 맞먹는 기기 스펙,
무선 VR의 편리함.

나열한 특징만 봐도, 이 제품은 VR 게임을 위해 만들어졌다고 해도 과언이 아니죠. 영상 플레이는 그저 덤이라고 할까요? 화질은 게임 즐기는 데 부족함이 없었고, 고주사율 덕분에 움직임도 매우 부드러웠습니다. 오큘러스 퀘스트 컨트롤러의 동작 인식률은 뭐, 두말할 필요가 없죠. 무선 VR의 자유로움은 이루 말할 수 없었습니다.

물론 PC VR에 견줄 수 없는 건 사실입니다. 퀘스트 2는 스냅드래곤 XR2 모바일 프로세서를 장착했기 때문입니다.

하지만 PC와 연결해 VR을 즐길 수 있는 오큘러스 링크를 지원하기에 고사양 PC가 있는 분이라면, 더욱 실감 나는 VR 게임을 즐길 수 있을 겁니다.

이제 결론입니다. 솔직하게 말하자면, 영상 한 편을 보고 난 뒤엔 다음에 어떤 영상을 볼지 기대되진 않았는데요.

게임 한 판을 끝냈을 때는 다음 게임은 무엇을 구매할지 기대하게 했습니다. 역시 퀘스트 2는 영상보단 게임하기 위해 사는 장비인 걸까요? 저에겐 미디어 플레이어로서 퀘스트 2보단 게임기로서 퀘스트 2가 더 끌렸습니다.

그나저나 요즘 하프라이프 알릭스가 그렇게 재밌다던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