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1. 1. 29. 02:09ㆍ리뷰
얼마전 직장 동료와 사진에 관해 이야기 나눈 적이 있습니다. ‘사람들은 어차피 들여다보지도 않을 사진을 왜 그렇게 찍을까’가 대화의 주제였습니다. 생각해 보면 우리는 일상에서 꽤나 자주 사진을 찍습니다. 걷다가 꽃이 보이면 찍고, 건물이 예쁘면 찍고, 점심 먹다가 찍고, 커피 마시다 찍고. 그렇게 많은 사진이 스마트폰 앨범 속에 쌓이고, 다시는 꺼내지지 않죠. 동료는 이런 말을 했습니다.
“멋진 사진을 위해 찍는 게 아니라. 이제는 사진 찍는 행동 자체가 하나의 놀이가 된 게 아닐까요?”
그럴 수도 있겠구나 싶었습니다. 누구나 손안에 카메라를 들고 다니는 세상. 그런 세상에서 사진 찍는 것 자체가 놀이가 되는 건 이상한 일이 아니죠.
오늘은 가벼운 에피소드를 먼저 꺼내 봤습니다. 이유는 갤럭시 S21 울트라의 카메라를 조금 더 와 닿게 설명하기 위해섭니다. 갤럭시 S21 울트라를 써보며 ‘사진 찍는 게 놀이라면, 이 스마트폰은 거기에 참 잘 어울리는 제품이다’란 생각이 들었거든요.
자꾸만 찍고 싶어지는 카메라
갤럭시 S21 울트라는 사진이 취미인 사람들에게 참 괜찮은 스마트폰이었습니다. 한마디로 ‘찍는 재미가 있는 스마트폰’이란 이야깁니다. 이렇게도 찍어보고 저렇게도 찍어보고, 다양한 화각과 각도, 옵션으로 촬영할 때, 찍는 재미는 배가 됩니다. 그리고 갤럭시 S21 울트라는 바로 이 다양한 옵션을 제공했죠.
1억 800만 화소 광각 카메라, 1200만 화소 초광각 카메라, 1000만 화소 3배줌 망원 및 10배줌~100배줌 망원 카메라.
다채로운 카메라 구성이 사진을 더욱 맛깔나게 찍을 수 있도록 도왔습니다. 인물 사진이야 말할 것도 없었습니다. 지난 글에서 언급했듯, 아이폰 12 프로에 근접한 수준이 인상적이었습니다. 라이다(LiDAR) 센서 없이도 이렇게 쓸 만한 인물 사진을 만들어 내는구나. 생각하게 했습니다.
더 흥미로웠던 것은 초광각에서 10배줌으로 이어지는 폭넓은 화각이었습니다(10배줌 이상은 화질 저하가 심해지므로 제외).
같은 장면을 초광각으로 촬영했을 때와 광학 10배줌으로 당겼을 때의 차이입니다. 상당히 넓은 스펙트럼이 인상적입니다. 덕분에 한 자리에서도 다양한 느낌의 사진을 연출할 수 있었습니다.
10배줌 촬영, 킬러 기능으로 떡상
특히 하이브리드 10배줌은 압권이었습니다. 멀리 있는 피사체를 쭉 당겨서 찍는 손맛이 좋았습니다. 배경 압축 효과를 통해 꽉 찬 느낌의 사진을 연출하는 건 기본입니다.
평범한 풍경도 이색적인 연출로 담을 수 있었습니다. 위 사진은 광각으로 담은 평범한 풍경입니다. 아래 사진은 하이브리드 10배줌으로 담은 모습입니다. 기괴한 느낌이 돋보입니다. 한 곳에 서서 찍어도 이렇게 느낌이 다릅니다.
하이브리드 10배줌으로 특정 피사체를 당겨 찍으면 은근한 보케 효과도 적용되었습니다. 인물 사진의 부자연스러움이 싫다면 10배줌을 활용해 보는 것도 방법이겠습니다.
놀라운 점은 하이브리드 10배줌의 해상도가 꽤 봐줄 만했다는 겁니다. 물론 한계는 보였습니다. 조금 확대하면 뭉개지는 구간이 보였죠. 그럼에도 스마트폰에서 감상하거나 SNS 업로드용으로는 충분해 보였습니다.
확실히 하이브리드 10배줌 덕분에 찍는 맛이 살아난 건 사실입니다. 당겨 찍는 재미 덕에 줌렌즈 카메라를 쓰는 듯한 느낌도 받았습니다.
잘라 쓰는 재미, 1억 화소 카메라
한편, 1억 800만 화소 광각 카메라는 사진 활용의 자유도를 넓혀주었습니다. 촬영 결과물에서는 드라마틱한 차이는 느껴지지 않았습니다. 스마트폰으로는 1억 800만 화소 고해상도 이미지를 체감하는 데 한계가 있었습니다. 진면목은 크롭할 때 나왔습니다. 12,000 x 9,000픽셀의 큼직한 이미지는 어느 구간을 잘라 써도 화질 저하가 적었습니다.
블로그 업로드 용량 제한으로 1억 800만 화소 원본을 첨부하지 못한 게 안타깝습니다. 위 풀샷은 품질을 떨어뜨려 용량을 줄인 사진입니다. 아래는 1억 800만 화소 촬영본의 크롭 이미지입니다. 위 사진의 경우 원본에서 어느 정도 볼륨으로 크롭한 건지 확인하는 데만 참고하기 바랍니다. 이제 아래 사진을 보겠습니다. 원본에서 상당히 확대하여 크롭했음에도 건물 표면이 생생하게 잘 살아 있습니다.
단체 사진에서 내 사진만 잘라 쓰고 싶을 때가 있죠. 그럴 땐 늘 크롭 후 뭉개지는 화질이 발목을 잡습니다. 1억 800만 화소 광각 카메라라면 이야기가 달라집니다. 이 카메라는 분명 ‘잘라 써도 선명한 화질’로 사진 활용도를 높여줄 겁니다.
크게 매력적이진 않았지만, 소소한 잔 기능도 나름 쓸 만했습니다. 전·후면 모든 카메라를 활용해 동시촬영 하는 디렉터스 뷰, 15초 정도 촬영하면 사진·영상·움짤 등을 알아서 생성해 주는 싱글 테이크, 8K 영상 촬영 중 3,000만 화소 사진을 캡처하는 기능 등 잔재주가 많았죠. 8K 영상 캡처는 사진으로 찍은 것처럼 화질이 준수했습니다.
개체를 지워주는 기능은 크게 유용하진 않았습니다. 지우고 싶은 대상이 단순한 배경 앞에 있다면, 그럭저럭 지워지긴 합니다. 다만 지운 티는 살짝 나는 편입니다. 반대로 지우려는 배경이 복잡한 배경 앞에 있다면? 굳이 말로 하진 않겠습니다.
100배줌은 꼭 있어야 했을까?
갤럭시 S21 울트라의 카메라는 대체로 만족스러운 수준이었지만, 아쉬움도 있었습니다. 대표적으로 100배줌 카메라입니다. 저는 여전히 ‘100배줌이 필요한가?’란 물음에 ‘그렇다’고 답하지 못하겠습니다. 특히 이 정도 화질로는 말이죠.
줌락(Zoom Lock)으로 찍기 편해졌다고는 하나, 100배줌의 화질은 쓸 만한 수준이 아니었습니다. SNS용으로 쓰기에도 부족했습니다. 그러다 보니 100배줌을 어디다 써야 하는지 도저히 답을 찾을 수 없었습니다.
기껏해야 침대에 누웠을 때 보일러 잘 껐나 컨트롤러 확대해 보기, 외출 전 가스 밸브 잘 잠갔나 확대해 보기, 카페 벽에 쓰인 와이파이 비밀번호 확대해 보기 정도랄까요? 이 정도면 카메라의 역할은 못한다고 봐야 합니다. 10배줌이 워낙 마음에 들었던 터라, ‘이럴 거면 100배줌 없애고 10배줌에나 힘을 쏟지’ 하는 생각만 커졌습니다.
이제 결론입니다. 갤럭시 S21 인물사진 편을 포스팅하며, 인물 사진에 집착한다면 아이폰 12 프로가 더 좋은 선택이 될 거라고 말한 바 있습니다. 인물 사진에 집착하지 않는다면 갤럭시 S21 울트라도 구매 선택지에 올려보라고 말하기도 했죠. 그 이유는 갤럭시 S21 울트라가 아이폰 12 프로보다 사진 찍는 맛이 훨씬 좋았기 때문입니다. 특히 10배줌은 자꾸만 카메라에 손이 갈 정도로 좋았습니다. 줌렌즈 디지털카메라가 떠오를 만큼.
아마도 말이죠. 당겨 찍는 재미를 아는 당신이라면, 갤럭시 S21 울트라에 충분한 만족을 느낄 것으로 생각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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