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1. 1. 19. 18:15ㆍ리뷰
개인적으로 공방의 첫 글을 아이폰 이야기로 시작해서 영광입니다. 앱등이인 제게 이보다 더 의미 있는 시작은 없겠네요. 사실 아이폰 12 프로(iPhone 12 PRO) 구매가 조금 늦었습니다. 처음엔 아이폰 11 프로에서 아이폰 12 프로로 갈아탈 이유를 찾지 못했기 때문이죠. 한 달을 고민했을까. 그사이 저는 이유를 찾고야 말았습니다.
결론은 라이다(LiDAR)
결론부터 말하면 카메라입니다. 조금 더 범위를 좁힌다면 라이다(LiDAR) 센서와 향상된 이미지 처리 기술(ISP) 정도로 말할 수 있겠습니다.
번거로운 걸 선호하지 않는 저는 디지털카메라를 잘 쓰지 않습니다. 일상 스냅은 아이폰 기본 카메라로, 강조하고 싶은 순간은 인물 사진으로, 스마트폰만 적재적소에 활용해도 디지털카메라 부럽지 않은 결과물을 얻을 수 있기 때문입니다. (물론 ‘작품’이나 ‘작업’용 사진이 아닌 스냅용 사진에 한정된 얘기)
그만큼 스마트폰 카메라 성능이 좋아졌는데, 늘 아쉬운 부분은 있었습니다. 특히 인물 사진. 이미지 후처리 기술로 DSLR을 많이 따라왔다고 하는데, 디테일에선 넘을 수 없는 벽이 있었습니다.
보케 효과의 경계선이 부자연스럽다든가, 투명한 피사체를 배경으로 인식하고 블러(Blur) 처리를 한다든가, 복잡한 구조의 피사체와 배경을 잘 구분못해 블러(Blur) 처리가 엉망이라든가. 뭐, 인물 사진 한두 번 찍어본 사람이라면 공감할 법한 그런 한계들입니다.
제가 느끼기에 아이폰 12 프로에 이르러 이런 문제점의 80% 정도는 해결된 듯합니다. 이것이 바로 아이폰 11 프로에서 12 프로로 넘어오게 된 결정적 이유이죠.
라이다(LiDAR), 그 한 끗 차이
알다시피 라이다(LiDAR) 센서는 사물을 3D로 스캔하는 데 씁니다. 아이폰 12 프로는 이 센서를 사진 촬영에 활용합니다. 피사체를 정교하게 스캔할 수 있다 보니 그만큼 인물과 배경의 분리가 정확해지는데요. 여기에 향상된 ISP가 더해지면서 아이폰 12 프로는 전작과 비교할 수 없는 퀄리티의 인물 사진을 만들어냅니다.
보케의 경계선을 한층 자연스럽게 처리하고, 투명한 피사체도 말끔하게 배경과 분리하죠. 복잡한 구조의 피사체를 보다 정확히 인식하고, 배경과 분리한 다음 배경에만 블러(Blur) 처리를 먹입니다. 능력이 참 탁월한데요. 아이폰 11 프로와 비교 촬영을 해본 후 그 차이를 명확히 느낄 수 있었습니다.
첫 번째 예시는 복잡한 구조물 촬영입니다. 한눈에 봐도 차이를 알 수 있습니다. 위가 아이폰 12 프로, 아래가 아이폰 11 프로입니다.
기존 아이폰의 경우 카메라 두 개를 활용해 인물 사진을 연출합니다. 망원 카메라는 인물을 잡고, 일반 카메라는 배경을 잡습니다. 두 가지 화각에서 사진을 찍고, 배경에 블러(Blur) 처리를 하여 하나로 합성합니다. 순전히 렌즈만으로 피사체와 배경을 구분하기에 한계가 있습니다. 위 사진의 경우 펜스를 하나의 거대한 피사체로 인식했다고 볼 수 있습니다.
그러니까 이 영역을 하나의 피사체로 인식한 겁니다. 구멍이 뚫린 곳으로 펜스와 배경과의 심도 차이가 있지만, 기존 아이폰은 이를 감지할 능력이 없습니다. 그 결과, 이런 기괴한 사진이 탄생했습니다.
또 다른 예시입니다. 기존 아이폰은 손을 통째로 하나의 피사체로 인식했습니다. 손가락 구멍과 그 사이로 보이는 배경, 여기서의 심도 차를 인식하지 못했죠.
기존 아이폰을 쓰다 보면 이런 부족한 부분이 인물 사진의 디테일을 떨어뜨리곤 했습니다. 예컨대 손가락 브이 포즈로 촬영을 했는데, 브이 사이에 블러 처리가 적용되지 않고 배경이 또렷하게 보이는 식이죠. 아이폰 12 프로는 어떨까요?
라이다(LiDAR) 센서로 심도를 파악하기에 이런 결과물이 나옵니다. 손가락 구멍과 그 사이 배경의 심도를 인식하고, 구멍 속 배경까지 블러(Blur) 처리를 먹입니다. 라이다(LiDAR)의 한 끗 차이, 그 위력이 느껴지죠? 아래는 또 다른 비교 사진들입니다.
광각과 초광각 카메라는?
내친김에 광각, 초광각 사진도 비교해 봤습니다. 솔직히 말하면 라이다(LiDAR) 센서를 적극적으로 활용하는 인물 사진 말고는 전작과 큰 차이는 발견하지 못했습니다.
눈에 띄는 건 기껏해야 초광각 촬영 시 왜곡을 보정하는 정도라고 할까요? (여담이지만, 아이폰 11 프로에도 왜곡 보정 업데이트 정도는 해줄 수 있었을 텐데... 애플의 이런 쪼잔함은 늘 아쉬움으로 남습니다.) 이렇듯 주간 광각, 초광각, 야간 광각 사진 등에선 드라마틱한 화질 차이가 없었습니다.
아이폰 11 프로의 동영상과 아이폰 12 프로의 돌비 비전 촬영에서도 극적인 차이는 못 느꼈습니다. 돌비 비전 촬영이 한층 더 풍성한 색감을 담는다고 하는데, 아마도 일반인 입장에서는 그 미묘한 차이를 발견하기는 쉽지 않겠다 싶습니다.
라이다(LiDAR)의 가치
이제 정리할 시간입니다. 일반적 관점에서 본다면 아이폰 11 프로에서 아이폰 12 프로로 업그레이드해야 할 결정적 이유는 없습니다. (깻잎 통 디자인에 마음을 홀랑 빼앗겨버린 게 아닌 이상)
아이폰 11 프로도 아직 현역이며, 디스플레이, 사운드, AP 성능, 사진 품질, 배터리 모두 훌륭합니다. 웬만해선 아이폰 11 프로 쓰는 걸 추천하는데요. 솔직히 아이폰 11 프로 쪽이 한 손에 더욱 잘 감기며, 그립감도 좋습니다.
단, 사진에 관심이 많다면? 이야기가 조금 달라집니다. 사진 찍는 걸 좋아하는 사람에게, 스마트폰 카메라로 DSLR 못지않은 사진을 남기고 싶은 사람에게 라이다(LiDAR) 센서는 꽤 가치 있는 존재가 될 겁니다.
아이폰 12 프로는 라이다(LiDAR) 센서, 향상된 이미지 처리 능력으로 보다 DSLR스러운 인물 사진을 만들어 주니까요.
스마트폰으로 촬영했는데 “우와~ 이거 DSLR로 찍은 거야?”라는 말을 들었을 때의 쾌감. 그걸 아는 당신이라면, 아이폰 12 프로를 사도 후회하진 않을 겁니다.
'리뷰' 카테고리의 다른 글
손가락으로도 들리네, 다이슨 청소기 디지털 슬림 플러피 플러스 리뷰 (0) | 2021.02.16 |
---|---|
마스크 쓰고 아이폰 잠금해제! 완전 강추? 반쪽 기능? (0) | 2021.02.05 |
오큘러스 퀘스트 2 화질 실화? 영화 감상 vs 게임? 딱 정해드림 (1) | 2021.02.03 |
갤럭시 S21 울트라 카메라, ‘이것’ 때문에 반했다 (0) | 2021.01.29 |
인물 사진으로 한판 붙자! 갤럭시 S21 울트라 vs 아이폰 12 프로 (0) | 2021.01.26 |